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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이야기

워터게이트사건과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


사람들은 왜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인 '기억 편향' 에 대해서 워터게이트사건을 예로 들어 설명해볼까 합니다. 


먼저 워터게이트사건이 무엇인지 궁금하실겁니다. 이미 알고 계신 분들도 있겠지만 간단히 설명을 드리자면, 197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어느 날 전직 FBI요원과 CIA요원의 지휘 아래 정보부 요원들이 민주당 선거운동 본부에 몰래 도청 장치를 설치합니다.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인 조지 맥거번이 큰 인기를 얻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벌인 행동이였는데요. 하지만 이 도청장치는 발각되었고 범인들이 붙잡히게 되면서, 사건의 배후에 미국의 37대 대통령인 리처드 닉슨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됩니다. 당시 닉슨은 재선에 성공한 이후였지만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그는 대통령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납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이었던 이 사건은 당시 민주당 본부가 위치했던 워싱턴의 워터게이트호텔의 이름을 따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불리우게 됩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도 도청을 하는 장면을 자주 발견할 수 있는데요, 이 영화 역시 워터게이트사건과 동시대인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당시엔 공공연하게 도청 사건이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다시 사건으로 돌아가서, 이 사건의 밀고자인 존 딘은 마치 자신이 사건의 핵심 배후인 것 같은 진술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알고보니 그는 단순 구성원 한 명에 불과했습니다. 왜 그는 그런 거짓말을 한 걸까요? 핵심 인물일수록 가중 처벌을 받을 것이 분명한데, 자기 가학적인 인물이라서 그런 증언을 한 것일까요? 


정답은, 존 딘은 스스로 거짓말을 하는 줄 도 모르고 거짓말을 했다! 는 겁니다. 그렇다면 왜 몰랐을까요? 그의 기억이 자동적으로 재구성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기억편향' 이라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컴퓨터는 a를 입력하면 a가 저장되고, b를 입력하면 b가 있는 그대로 저장되지만, 우리의 뇌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이 약간 다릅니다. 있는 그대로 사건을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입맛에 맞게 정보를 가공하여 왜곡된 정보를 머릿속에 쌓습니다. 이것은 나의 자아나 가치관에 영향을 받기도 하고, 선입견에 영향을 받기도 하며, 내가 남들에게 보이고 싶은 욕망을 반영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보통은 이 왜곡이 나를 미화하는 방향으로 일어나곤 하는데요. 워터게이트사건의 존 딘 같은 경우에는 스스로가 생각하는 본인의 위상에 맞게, 실제보다 더 중추적 인물로, 기억의 왜곡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러한 왜곡은 의도적으로 일어나기보단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게 됩니다. 스스로가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왜곡이 발생하기에, 그것이 진리라고 믿게되는 착각을 낳습니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내가 생각하는 답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넌 대답만 해! 라고 하는 '답정너'도 이러한 인지 편향이 일어난 한 종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람들의 인지 왜곡과 편향의 종류는 매우매우 다양합니다. 이 글에서는 워터게이트사건을 예로 들어서 '기억편향'에 대해서 설명드렸는데요, 앞으로 다른 편향들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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